[유희동 기상청장] 어릴 적 ‘여름’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던 이미지는 여름방학에 외가에서 먹던 수박, 햇살에 반짝이는 바다, 시원한 그늘에 앉아 친구들과 함께 먹는 아이스크림 등 다양한 장면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뜨거운 태양과 숨 막힐 듯한 무더위가 가장 강렬하게 떠오른다.
북반구 중위도에 위치한 한반도의 여름은 열대기후와 맞먹을 정도로 무덥고, 지구의 기온 상승으로 폭염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우리나라의 여름은 점점 더 길고 뜨거워지고 있다. 국립기상과학원에서 발표한 한반도 기후변화전망 보고서에 의하면 21세기 후반 우리나라의 기온은 현재보다 7℃까지 오를 수 있고, 폭염과 열대야와 같은 고온으로 인한 극한 기온 발생 가능성도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폭염의 사전적 정의는 '매우 심한 더위'로, 기상청은 일 최고 체감온도가 33도 이상이 2일 이상 지속될 때 폭염특보를 발표한다. 과거 폭염은 여름철에 잠깐 참아내는 단순한 더위였지만, 티베트고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이 우리나라를 덮어 발생한 2018년 극한의 폭염을 계기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이 개정되고 폭염이 자연재난으로 규정되었다. 이제 폭염은 정부 차원에서 피해 예방 및 대응체계를 구축하고 강화해나가야 하는 재난이 되었다.
지난해 여름도 전국적으로 무척 더웠는데, 강원도의 경우 평균기온은 23.8℃로 평년보다 1.3도 높았다. 이는 관측 이래 역대 세 번째로 높은 기온이다. 폭염과 열대야 일수도 평년에 비해 많았고, 특히 폭염 일수는 평년(7.5일)보다 약 1.8배 많은 13.7일이 나타났다. 올해 여름도 평년보다 기온이 높겠고, 7~8월에는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으로 무더운 날씨를 보일 때가 많을 것으로 예측된다.
무더위가 지속되면 체온이 올라가면서 온열질환자의 발생이 증가한다. 온열질환은 무더운 날씨에 무리한 외부 활동으로 발생하는 질환이다. 일사·열사병, 열실신, 열경련, 열탈진 등이 해당되며, 이러한 온열질환이 나타나지 않도록 더운 여름날에는 건강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 특히, 어린이는 성인보다 체온 조절 능력이 약하기 때문에 폭염에 더 큰 영향을 받으며, 공사장 야외근로자, 고령층 논·밭 작업자, 독거노인 등도 폭염에 취약하기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기상청에서는 폭염으로부터 건강을 지키고 같은 폭염 상황에서도 다르게 나타나는 영향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2019년부터 지역 환경을 고려한 분야별 위험 수준과 대응 요령을 발표하는 ‘폭염 영향예보’를 운영하고 있다. 보건(일반인/취약인), 산업, 축산업, 농업, 수산양식, 기타 등 6개 분야로 구분하여 발표되며, 발표 기준은 일최고체감온도와 지속일수에 따라 관심, 주의, 경고, 위험의 4단계로 구분된다. 또한, 폭염에 취약한 계층에 대해서는 폭염특보 기준에 도달하지 않더라도 위험 수준이 다르므로 폭염에 대한 사전 경고가 취해질 수 있다.
폭염 영향예보는 폭염이 예상되는 날의 하루 전 오전 11시 30분에 발표되며, 기상청 날씨누리와 날씨알리미 앱을 통해 누구나 확인할 수 있다.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사용이 서툰 이들을 위해 방송 자막으로도 노출되며, 농촌 어르신들을 위해서는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스마트 마을 방송 시스템, 재해문자 전광판을 통해서도 제공된다. 또한, 국내에 거주 중인 외국인 근로자의 폭염 정보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한국어, 중국어, 영어 외에 국내 체류 근로자 수가 많은 상위 8개 나라의 언어로 맞춤형 소책자를 제작해 배포하고, 다국어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실시간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폭염으로부터 안전한 여름을 보내기 위해서는 기상 상황을 수시로 확인하여 한낮의 뜨거운 햇볕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거동이 불편한 고령층, 환자, 신체 허약자 등은 외출을 삼가야 하며, 외출 시에는 옷차림을 가볍게 하고 물을 자주 마시는 것이 중요하다. 온열질환 예방 3대 수칙은 ‘물, 그늘, 휴식’이다. 이 세 가지를 기억하고 폭염특보와 폭염 영향예보를 확인하여, 올해도 안전하고 건강하게 여름을 나기를 바란다.
[디지털강원 기사원문]
[강길영 기자 slife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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