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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춤, 바람(wish)...노인, 지역의 ‘해결과제’가 아닌 ‘예술 주체’로

디지털소식

by 디지털소식 2022. 8. 31.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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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골 학교, 생의 에너지를 전하는 <할매발전소>로 재탄생

- 할머니, 로컬 예술의 씨앗이 되다


▲할머니가 자연을 아우르는 주체적인 존재임을 표현한 이 작업은 실제 할머니의 삶의 요소들을 디지털 콜라주의 재료로 사용하였다. (디자인=일상의실천)

[디지털강원] 사람이 와야지, 사람이 모여야 이야기가 있지.신림면 안호녀 할머니(83, 신림면 65년 거주)가 전하는 입말은 할머니들이 보낸 초대장이 되었다.

 

글을 배우고 싶었던 할머니들에게 동경의 대상이며, 여한의 공간이었던 학교가 이제는 할머니들이 그 원동력이 되어 젊은 예술가들과의 만남을 통해 재탄생한다. 할머니들의 꿈의 무대가 된 학교, ‘할매발전소는 지금 할머니들의 춤, 바람(wish)으로 가득하다.

 

운영이 중단된 강원도 원주시 신림면에 위치한 황둔초등학교 창평분교가 생의 에너지를 전하는 할매발전소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사람들의 반가운 걸음들을 모으고 있다.

 

할매발전소는 로컬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는 노인이 예술 생산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인식 전환을 이끌어내며, 노인 세대를 지역 발전의 “해결 과제”가 아닌 “예술 주체”로서 바라보는 가치에서부터 시작했다. 젊은 아티스트들은 마지막 구술 세대가 될 할머니의 붓과 펜과 춤이 되어 공공예술을 통해 그 가치를 실현하고자 한다.

 

오는 9월 1일, “2022 생의 에너지를 전하는 <할매발전소> 개관전: Mother's mother_ 알아차림 전(田)”을 개최한다. 전시 장소는 강원도 원주시 신림면 원골길 5 <할매발전소(전. 황둔초등학교 창평분교)> 이다. 전시는 개관 특별주간에 한해 9월 1일~ 9월 14일에 매일 문을 연다. 이번 전시는 지역 기반 문화 콘텐츠를 제작해온 로컬리티:의 주최로 강원도, 강원문화재단의 후원(지역 내 유후 공간을 활용한 ‘문화예술공간지원사업’)으로 진행된다.

 

▲할머니들의 자유로운 춤으로 채워진 &lsquo;마고(麻姑) 무도장&rsquo;은 할머니들의 꿈의 무대를 모두가 함께 즐기는 공간이다. (사진제공=로컬리티)

전시에 참여한 이은경 작가는 할머니들에게 늘 동경의 대상이 되었을 학교를 이제는 온전히 그녀들의 무대로, 환상의 공간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마고(麻姑) 무도장은 노인 세대의 콜라텍과 젊은 세대의 사일런트 디스코를 접목한 공간이다. 공간 속에서 세대 간의 간격은 지워지며, 오직 할머니들의 자유로운 춤과 꿈이 해방의 리듬으로 채워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동시에 할머니와 함께하는 춤 워크숍을 진행한 별별문화기획협동조합 석수정 대표는 할머니의 춤은 멋진 춤은 아니다. 하지만 할머니의 춤은 가장 솔직한 표현이다. 춤은 생의 희로애락과 몸이 만나 잊고 있던 시절의 추억과 흥을 끌어내는 도구로 가장 적합하다. 할머니들은 스스로 자신의 몸을 깨우며 춤을 리서치하는 동시에 공연자로서 예술 활동에 참여하게 된다.”라며 워크숍 기획 의도를 전했다.

 

▲옥수수 수확을 앞둔 지난 7월, 신림 할머니들의 유쾌한 소울과 몸짓으로 채워진 춤 워크숍이 진행되었다. (신림은 옥수수 생산지로 유명하다) (사진제공=로컬리티)

춤 워크숍에 참여한 조계화 할머니(85, 신림면 거주 52)글씨 쓰는 거 하고 싶어 남동생들 공부하는 거 들여 보기만 해도 어른들이 근처에 오지도 못하게 했었어. 허무한지 어두운지 나이가 이만큼 올라가도 너무 모르고 살았네.” 오래 담아둔 마음을 전하며 즐겁지. 이렇게 젊은이들이 늙은이들 와서 놀라고 하니 너무 즐겁네. 여태 살아도 젊은 사람들과 이런 일을 해 보는 건 또 처음이네.”라고 참여 소감을 전했다.

 

한편, 전시를 기획한 로컬리티: 김영채 대표는 “신림에서 만난 할머니들은 누구보다 담담하고 강인한 존재였다. 할머니에게는 혹독한 가난과 고난을 이겨낸 해학과 낙천, 긍정적인 힘이 있었다. 할매발전소에서 할머니의 삶의 무늬를 들여다보며, 그 속에 담긴 강인하고 아름다운 생의 에너지로 지친 마음에 공명과 위안을 얻길 바란다.”라며 개관전에 많은 발걸음으로 신림 할머니들에게 아낌없는 응원을 부탁했다.

 

강원도 원주시 신림(神林)면, ‘신들의 숲’이라 불리는 원주에서도 가장 깊은 곳에 위치한 온통 산으로 둘러싸인 곳. 길도 글도 전기도 어느 것 하나 허락되지 않았던 깜깜했던 시절, 할머니가 기억하는 산은 늘 두렵고 막막한 존재였다고 한다. 화전을 일궈 생을 살아온 할머니에게 산은 가혹했지만, 동시에 모든 것을 내어주는 존재였다. 산이라는 초록색 도화지에, 밭이라는 그림을 그리며 늘 궁핍했던 빈 가마솥을 계절마다 채우며 담담히 생을 살아온 신림 할머니들의 삶, 2022 생의 에너지를 전하는 <할매발전소> 개관전: Mother's Mother_ 알아차림 전(田)”에서 그 작고 위대한 생을 만나보자.

 


[강길영 기자 slife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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